한 줄 요약 : 부패의 온상으로 지적되고 있는 쓰레기 소각장 관리 및 신설과 관련된 논란을 “공론화위원회” 차원에서 범정부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예고된 쓰레기 종량제 봉투 요금 인상과 “품목별 특성을 고려한 규제합리화 및 소상공인 부담 완화”라는 정책 어젠다는 무시될 뿐만 아니라 “친부패 정권”이라는 오명 하에 어떠한 실효도 얻지 못할 것임.
1. 정책 안건의 시작은 인터넷(유튜브)
세상은 변했고 외부인들의 헛소리가 중앙정치로 퍼지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제 공공정책의 안건, 특히 선거 공약으로 활용되고 유권자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유튜브에서 시작된다. 몇몇 인기있는 유튜버의 개인적인 의견이 음모론과 진영논리와 섞이게 되면, 그리고 이런 유튜버의 구체적인 행동(시위 등)이 이어질 때 어느 한 순간 언론이 움직이고 대중이 휩쓸린다. 한국 정치를 중앙으로 휘몰아치는 거대한 토네이도에 비유한다면 태풍의 눈은 관료 조직이나 연구회와 같은 지식인 층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존 언론(공영방송이나 신문)에 있지도 않다. 이들은 소셜 플랫폼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고 발전하는 수많은 네러티브 중에서 강한 흡인력을 가진 이야기를 받아 약간의 가공을 통해 세련되게 다듬어서 대중이 수용 가능한 묽어진 버전을 내놓을 뿐이고 언론에서 명분을 얻은 안건은 다시 소셜미디어라는 진흙탕으로 돌아가 괴물적 생명력을 다시 키운다. 이게 현재 세계 정치적 이슈가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구조이다.
2. 돈을 따라가면 모든 비밀은 풀린다.
몽골 박사 김정민과 그의 아내 티르가 주구장창 주장하는 내용은 세상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비밀의 열쇠는 사람과 돈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시민은 숨어있는 사람은 절대 다 알 수는 없지만 돈은 충분히 추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매우 매력적이며 흡인력있는 주장이다. 일단, 세상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부분은 거대 시장 속에서 살아야 하는 전근대적 개인이 극복하고 수용해야 하는 부분을 건드린다. 친밀한 혈육 중심의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전세계의 공정 과정(supply chain)과 널뛰는 환율(foreign currency rate) 등의 거대 담론 중심의 현대적 시장 체계는 본인과 친족이 지켜온 지식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미지의 영역을 효과적으로 다루지 않는 이상 존속이 어렵다는 위기감을 불러온다. 몽골 박사 내외는 이러한 심리를 정확하게 읽고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 심리를 애착 대상과 연결지어 강력한 구속력을 갖춘다. 한국 사람이 유난히 애착을 갖고 절대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돈"이다. 예전에는 "토지(부동산)"이었다면 최근 20~40대는 부동산 불패 신화에 덴(작열하게 산화된) 세대이다. 이들이 믿는 것은 "현금"이다. 이 부분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총알"로 비유하는 게 그들의 탁월함이다.
3. 쓰레기 소각장은 진짜 이슈(부패의 검은 커넥션)를 가리는 가면에 불과하다.
쓰레기 소각장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일회용품도 그렇고 기후 위기도 같은 논리로 풀어간다. 여러가지 과학적, 공학적, 객관적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후진적이거나 낭비적인 기법을 적용하고 심지어 규모의 경제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시장적 원리를 채택하지 않는데는 결국 부패의 검은 커넥션이 이를 지지하기 때문이고 누군가는 이를 통해 떼돈을 벌고 있거나 벌 예정이라는 논리는 억지가 아니라 매우 그럴싸하고 직감적이며 호소력 짙은 발언이다. 대중은 이런 이야기에 익숙하기도 하지만 열광한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것이다.
4. 부패의 고리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지금은 민주당이 악당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부패로부터 자유롭다고 주장할 수 있는 정권은 없다. 대중은 특정 정치인을 기억하지 않아도 "~대통령의 정권 하에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식으로는 잘 기억하고 잘 회상하며 분노의 칼날을 결국 무능한 정권, 행정부로 돌린다. 왜냐하면 부패를 막는 일은 관료들이 해야하는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지식인층이 말하지 않는 일반 유권자의 내밀한 진심이다. 중국 공산당을 싫어하고 전체주의를 배척하며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 중 다수는 은밀하게 권력자들이 부패척결을 외치고 기업가, 정치인, 관료들이 다 잡혀 들어가는 모습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왜냐하면 선량한 시민은 위 세 부류 모두와 척을 져야하는 태생적 운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한계이며 현실이다. 그러니 윤 정권이 레임덕이 되든 안 되는, 탄핵을 당하여 완전히 감옥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결국 칼날에 당할 최종 당사자는 권력을 쥐고 있는 여당과 정권이다. 피 흘릴 각오는 되어 있는가?
5. 정부의 선재적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의 선재적 대응이라고 하면 무조건 규제 강화를 떠올린다.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게 가장 빨리 망하는 지름길이다. 사회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한 사례가 우리에게 있다. 이 사례를 재현해야 한다. 불사조에 올라타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번영의 길로 가야 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철회한 것이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친환경 에너지 정책 기조를 제시하며 신고리 5,6호기의 폐쇄를 공약했다. 신고리 5,6호기는 2012년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 허가를 신청한 후 2014년 1월 정부가 실시계획을 승인했으며, 2016년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건설허가안을 의결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이를 중단한다는 공약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다른 정책과는 달리 신중을 기했다. 2017년 6월 2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지 및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공론조사를 거쳐 건설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7월 24일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하고 이후 총 14차례의 정기회의와 각종 설문조사, 토론회, 이해관계자 협의회 등을 거쳐 10월 20일 '공사 재개'를 주요 내용을 한 정부 권고안을 제출했다. 정책 결정에 의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지는 찬성 지역 주민, 반대 지역 주민,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자, 한국수력원자력 등 직접적 이해관계자의 복잡한 이해관계 변화를 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 발전과 친환경 발전이 갖는 장점과 단점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결론 없는 논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했다.
이 사례의 특징은 공론화라는 합의 가능한 소통구조를 만들어 신고리 5,6호기 건설이라는 직면한 문제의 해결 방법에 대한 승복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한 거의 최초의 정책 갈등 사례라는 점이다." (함께 못사는 나라로 가로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한 대한민국 만들기. 강영철 등. 윤성사. 2021. 35쪽. 발췌)
어차피 배끼기로 결정했다면 철저히 배껴야 한다. 이왕이면 위의 공론화위원회에서 일했던 관료 조직이 다시 다 쓰레기 소각장 신설 및 관리 이슈 다루기에 투입되고 자문이나 고문위원으로 활동했던 분들도 다 불러야 한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의 목록은 변화될 수 있으나 범주도 같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말이 먼저 나오고 위원회가 출범되고, 정기회의와 각종 설문조사, 토론회, 이해관계자 협의회가 미친듯이 휘몰아쳐서 4개월 안에 결론을 내야 한다. 이게 대한민국 정부가 다시 유능함을 인정받고 여야의 화합을 가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배수진을 치고 탁월한 기획력과 조직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설계도를 지금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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